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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김혜자(nancy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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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語)의 위력
02/20/20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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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쉽게 던진 한마디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눈처럼 부풀려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언어(言語)가 입힌 상처는 칼로 난 상처보다 더 커 치유되기가 무척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목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기도 한다. 특히 정치권에서 폭로식으로 퍼뜨리는 말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흐리게 하는 아픔을 주고 있다. 신뢰를 잃게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도 하다.

   

   친구가 마음의 상처를 쏟아내며 나에게 동조(同調)를 구한다. 믿었던 친구에게 받은 상처가 컸던 모양이다. 친구 부부는 몇 년 전 오하이오주에서 이사 온 부부를 만나 금방 친해졌다고 한다. 두 가정은 학력과 나이가 비슷했고 아들과 딸이 있다는 공통점으로 쉽게 가까워졌다. 더욱이 남편들이 골프를 좋아해 같이 골프 여행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친척처럼 가깝게 지냈기에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 서로의 장단점을 다 알게 된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믿고 한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가 남편이 오해를 받고 있다고 친구는 괴로워한다. 남편들 사이의 일이니 친구에게 따질 수도 없고, 그동안의 쌓은 정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하지도 않은 말이 난무하고 있으니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괴로워한다.

 

 몹시 안쓰럽다. 내용을 들어봐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소문은 좋으나 나쁘나 3일을 넘기지 못한다’ 라고 위로를 해보지만 만족한 얼굴이 아니다. 사람들은 풍문(風聞)을 좋아하나 보다. 특히 그 대상이 주위에 잘 알려진 사람이면 사실 여부를 가리기 전에 회오리바람처럼 걷잡을 수 없이 입으로 펴져 나가 수습하기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말로서 상처를 입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얼마 전 우연히 읽은 글이 떠올랐다.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 마을에는 고분 형태의 대형 ‘말 무덤’이 있다. 주인에게 충성하고 죽은 짐승의 무덤이 아니다. 언어(言語)의 무덤 즉 ‘말 무덤 (Tomb of Words)’ 이른바 언총(言塚)이다. 마을 안내판에 쓰인 것처럼 말 무덤의 유래는 대략 400-500년 전에 생겼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되어 문중 간의 싸움으로 번져 온 동네가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문중간의 다툼을 고민하던 중, 개가 짖는 모양의 마을이라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예방책으로 말 무덤을 만들었다. 개 주둥이의 송곳니쯤 되는 마을 입구에 날카로운 바위 세 개를 세우고 개의 앞니쯤 되는 마을 길 입구에 바위 두 개로 개가 못 짖도록 재갈 바위를 세웠다. 싸움이 발단된 험한 말()을 사발에 담아 장사를 지낸 후 산에 묻었다. 그 후 오래지 않아 이 마을은 평온해졌다고 한다. 지금의 예천군은 말 무덤 때문인지 이 고장에 사는 주민들은 말을 조심성 있게 하며 어느 마을보다 화목하고 단합도 잘된다고 한다.

 

 요즈음은 말()이 인터넷, 스마트 폰 그리고 TV등 전파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닌다. 개인뿐만이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던 미국의 선거 결과도 난무한 소문과 인신공격으로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빗나간 예측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이 우리를 실망하게 한다. 비방과 각종 폭로로 얼룩진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루빨리 선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신뢰 할 민주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각성 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얼마 전 본 영화 중에 전투장에 나가는 한 조종사가 동료에게 하는 말이 생각난다. ‘I’ll watch your six(6)’. 시계방향의 6은 동료의 등, 즉 내가 네 뒤를 보호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우정과 사랑이 담긴 말이다. 생명을 걸고 적지로 임무 수행을 위해 돌진하는 두 조종사가 나누는 말. 얼마나 믿음직한 말인가? 마치 천사들이 주고받는 대화같이 내 마음을 울렸다. 진심이 담긴 말이 나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유발한 것이다.



 우리는 늘 사람을 만나면서 산다. 누군가와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나 자신과 사회 속에서 의미가 있기를 원한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말에 자기의 초상을 그려 놓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때 지켜야 할 언행을 바르게 하라는 충고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본인이 했던 말을 자기가 기꺼이 책임지게 하는 규제가 따른다면 지금보다 훨씬 신뢰가 쌓이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과 허물이 있다. 남의 험담을 즐기는 것보다 허물을 덮어주는 은덕(恩德)이 있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남을 칭찬하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 작은 일도 칭찬하며 살면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맞는 말이지만 맞으면 아픈 말이 너무 많다. 친구가 입은 상처가 나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해소됐으면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슬픔도 함께 나누면 반으로 준다는 말처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나의 충고를 받아줬으면 좋겠다.

 

 연일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겨울이 아름다운 건 새봄이 온다는 기약 때문일 테다서로에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희망 가득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부드럽고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전하는 나의 “The Golden Rule”의 하루가 되고 싶은 날이다.


 


말무덤, 언총, 말, 말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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