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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김혜자(nancy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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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만난 멋진 사람들
10/12/20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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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여행하다 보면 수없이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내가 처음 가는 장소는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나라마다 고유한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는데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에 나는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며 미술역사나 예술의 상식을 얻는다. 그곳은 살아있는 곳이며 다양한 분야에 진열된 수집품들이 숨을 쉬고 있는 곳이다. 삼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7백만 점이 넘는 세계에서 제일 많은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영국에 있는 대영 박물관(The British Museum), 30만 점 이상과 세계가 열광하는 묘한 미소의 모나리자를 소장한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Le Musee du Louvre)이나 또는 최고급 규모인 이탈리아의 바티칸 미술관(Vatican Museums), 미켈란젤로 (Michelangelo)의 천지 창조, 최후의 심판 등 수 없는 유물들이 전시된 것을 보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전시품들을 본다는 것에 흥분도 가시기 전 무척이나 나에게는 부담이 되었다.

 

  대영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입장료를 구매해야 하기에 인산인해를 이룬 관광객 등이 바티칸 교황청 담장을 따라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것부터가 나를 질리게 한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한정된 시간 속에 관람하고 감상하기에는 솔직히 불가능 한 일이었다. 프랑스 갈 때마다 모나리자를 보러 4번을 루브르 박물관에 갔지만,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줄과 밀집된 사람들 사이를 뚫고 가까이 그녀 옆에 가기란 키도 크지 않은 나에게는 큰 숙제 거리였다. 그 덕분에 모나리자 그림에 가려 외면을 받는 뒤편에 걸린 가나의 혼인 잔치라는 파올로 베로네제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 곳곳을 순회하는 전시회를 하지만 박물관 밖으로 나가지 않는 두 작품 있다고 한다.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이고 다른 하나는 가나의 혼인 잔치인 것이다. 모나리자의 묘한 미소에 홀 린 벌떼같이 모인 사람들은 예수님이 혼인 잔치에서 기적을 행한 대작 그림을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한 벽을 가득 채운 그림이라 먼 거리에서 감상해야 하지만 모나리자에 모인 인파로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내가 사람 뒷머리만 구경하는 일을 대영 박물관이나 바티칸 미술관에서도 그 예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이유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되는 거리에서 쉽게 만나는 멋진 동상과 예술품의 조각상들을 나는 더 좋아한다. 거리에서 만난 멋진 그들과 나의 사이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경계선도 없으며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을 만지며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들과 마음이 통하는 삶을 함께 이야기하며 나눌 수가 있어 나는 좋아한다. 파리 몽마르트(Paris, Montmartre)에 가면 많은 예술가의 동상을 만나고, 런던 거리에서는 정치가나 군인들 만날 수 있으며, 그리스에서는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을 만날 수 있고, 프랑스, 헝가리 그리고 오스트리아에는 유명한 음악가, 화가 등등을 만날 수 있어 좋다.

 

   그뿐인가, 고궁 앞이나 광장 앞 분수에는 영락없이 동상과 조각상이 여럿이 있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말을 탄 장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말을 타고 있는 장군이나 황제인 동상의 경우, 말이 앞의 두 다리를 모두 들고 있는 동상이면 그 사람은 전쟁터에서 죽은 인물이고, 말이 앞다리 하나만 들고 있으면 그 사람은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해 돌아와서 죽은 인물이며, 말의 네 다리 모두 땅에 있는 동상은 늙어서 자연사로 죽은 인물이라고 한다. 이것은 옛날에 전해온 이야기로 지금은 조각가에 따라 시대의 변천과 함께 의미도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만난 동상 중에 잊히지 않는 동상이 있다. 체코, 프라하(Czech, Prague) 구시가지 오래된 거주 지역 길모퉁이 서 있던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동상이다. 목이 없고 팔이 없고 빈 껍데기 양복의 동상이었다. 텅 빈 양복 동상 어깨 위에는 머리 대신 중절모자를 쓴 작은 사람이 앉아 있다. 처음 볼 때 아주 희귀하게 만들어진 동상을 보고 마음이 선뜩해지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노벨 문학 수상자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카프카는 현대인의 정신 상황을 정밀하게 기록하는 지진계라고 평가한 것과 같이 시대를 앞서 살아가며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고 끝까지 아웃사이드 (Outsider)로 살아간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인 어떤 몸부림의 기록 (Description of a Struggle)’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불안과 소외를 표현한 카프카의 동상을 이해할 수 있어 친근감을 느낄 수 가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동상

 


때로는 예상치도 않은 곳에서 멋진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얼마 전 부다페스트 헝가리 시내를 걷다가 전혀 생각지도 않은 미국 배우 콜롬보 형사로 유명한 피터 훠크 (Peter Falk)의 실제 실물의 크기에 동상을 만났다. 헝가리와는 아무 혈육관계가 없는 애꾸눈의 미국 배우가 그의 독특한 얼빠진 동작인 덥수룩한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친한 친구인 개를 내려다보며 시내 골목길에 서 있었다. 그를 만나니 반가움보다는 왜 콜롬보 형사 그곳에 서 있는지 궁금했다. 헝가리는 제2차대전 이후 오랫동안 침체한 나라였다. 유럽의 심장부이며, 전통적인 문화, 음악과 역사를 가진 헝가리 사람들은 많은 타국에 침략으로 우리는 항상 혼자라고 생각하는 국민성을 갖고 있다. 독특한 자부심으로 무엇인가 국민들에게 유머러스한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 배우로 유명한 피터 훠크의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동상이라는 것은 사람을 기념하는 것만이 아니고 국민의 정신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Columbo’s Famous Canine Sidekick:  “Dog”



   청동, 대리석 혹은 석상으로 만들어진 멋진 주인공들은 많은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우직하게 서서, 아직도 자신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같다. 아프다고 비명 지르고, 화난다고 욕설하고, 말하고 싶다고 입 밖으로 뱉어내지 말고, 가던 길을 잠시 쉬면서 때로는 침묵하고 멈추며 생각하는 삶을 살라고 가르치는 것 같다. 지금은 뛰는 심장과 맥박은 없지만, 한때 그들은 정의를 위해 정열이 붉게 타올랐고, 어떤 절망에서도 그들은 용감하였고, 지혜로웠고, 때로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도 있었지만, 희생으로 감당하였고, 희망이 있는 내일을 바라보며 살았던 멋진 그들. , 바람을 겪으며 닳고, 때가 묻어 지쳐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곤경에 있더라도 변하지 않은 하나의 진리만을 추구한 멋진 사람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어떤 자신의 이름을 남길 것인가? 인생의 목표가 뚜렷했던 사람들. 그들의 아름답고 용기가 있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살아있는 인간보다도 움직이지 않는 동상에서 더 감동적으로 내 마음에 전해온다. 오늘도 움직이지 않는 동상들은 끊임없이 현실과 싸우며 사는 외로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라고 묵묵히 전해주는 것 같다.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포기하지 마라.

미래를 봐라.

 

얼마나 좋은 교훈인가? 그래서 나는 거리에서 만난 멋진 사람들을 사랑한다.  


박물관, 모나리자, 카프카, 콜롬보 형사, 멋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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