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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김혜자(nancymo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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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파는 마을
08/12/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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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말이 살찌고 하늘이 높은 날 남편과 함께 가을 여행을 떠난다. 샌프란시스코, LA, 시애틀, 시카고, 뉴욕 또는 워싱턴 등 큰 도시를 제외한 미국 내륙의 작은 고장은 나는 시골로 생각해왔다. 전부터 남편은 남서부에 있는 브랜슨 (Branson)로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몇 번 거절했다. 유명한 곳도 많은데 촌 동네 가서 무엇을 보느냐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브랜슨은 미주리 주(Missouri) 남쪽 지대 얼칸소 주(Arkansas)와 인접해있는 인구 10,000명이 조금 넘게 사는 작은 도시다. 소도시지만 매년 100,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오는 미국인에게는 제법 유명한 휴양지다. 옛 향수(鄕愁)를 그리워하는 관광객이 가족과 함께 하나하나 모인 곳이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기분을 끌어 올리고 에네지가 생산된다. 이 작은 도시는 오자크(Ozark) 산줄기에 자리 잡고 아름다운 호수와 경관이 수련한 1880년대 미국 마을을 실감할 수 있게 그대로 재현한 민속촌 고장이다. 연중무휴로 100개가 넘는 쇼를 볼 수 있다. 소박함이 묻어나는 바이블 벨트(Bible Belt)’로 불리는 남부 보수지역의 하나인 소도시다. 쇼라는 쇼는 이곳에 모두 모인 것 같다. 쇼를 시작하기 전에 극장마다 애국심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종교적이고, 보수성이 강한 인생관이 두드러진 이 작은 고장의 매력에 나는 흠뻑 젖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거미줄같이 시골길을 누비는 도로에 교통경찰관이나 경찰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얼마 전, 같은 주 북쪽에 속해있는 세인트루이스(St. Louis)의 위성 도시 중 하나인 퍼거슨 (Ferguson) 도시에 담배를 훔치다 거친 몸싸움으로 숨진 마이클 부라운(Michael Brown) 총격 사건은 도시를 불안에 들끓게 했다. 요즈음 툭하면 경찰관이 충돌하는 사건이 유행처럼 미국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몽둥이 휘두르며 데모를 하는 사람은 자기 권리를 찾는 사람이고, 매 맞고 쓰려지며 불길을 진압하는 경찰관은 대역의 폭도로 변질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휴스턴 외곽 주유소에 기름을 넣던 경찰관이 등 뒤에서 쏜 권총을 맞고 비명횡사한 것을 비롯하여 지난달에 전국 경찰관 8명이 직무수행 중 피살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오죽하면 텍사스 한 고장에서는 In God We Trust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라는 표지를 달고 경찰차가 순찰할까!



미주리 주 남쪽에 있는 브랜슨은 북쪽 시끄러운 세상과는 다른 고장이다.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감상할 수가 있다. 자연 건축 양식에 따라 지어진 고급 숙박 시설과 저렴하게 푸짐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줄지어 있어 관광객의 입맛을 돋운다. 극장마다 은퇴한 유명 컨추리 예능인의 멋진 노래를 듣고자 노인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라스베이거스는 젊은 현직의 유명한 가수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이곳은 힘이 빠진 퇴직 예술가들이 모여있다. 녹아드는 선율과 함께 젖은 어깨를 스쳐 지나간 시간이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 가지만 그때 듣던 음악은 우리 안에 남아 있다. 옛 추억을 먹고 사는 연륜은 음악과 함께 공전하며 흘러나오는 짙은 멜로디로 옛날을 그린다. 지우지 못한 그리움이 뒹구는 낙엽과 함께 내 속으로 들어온다. 추억과 향수는 내가 한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과거에 어떤 역경을 헤쳐왔는지, 나의 존재인식을 상기하게 한다. 현실과는 상관없이 내가 사랑받은 적이 있고 또  사랑했던 기억이 들어 심장을 힘차게 뛰게 한다. 환호 소리가 들린다. 무대 위에 노래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승화되어 하나의 울림이 극장 안을 메아리친다.



  우리는 왜 옛날에 듣던 음악에 연연하며 그리워할까? 좋은 차를 타고, 좋을 집에서 살고, 더 편리한 기구들을 쓰며 삶을 만끽하고 있으면서 가난했기 때문에 같이 나눌 수 있었던 인정, 단순하면서도 소박했던 마음이 그리워 서일까? 서로 이해하며 배려했던 인정. 그 속에 가족이 있었고, ‘개인보다는 우리라는 개념이 있었다. 잘 살기 위해 모두 노력하며 살았다. 가난했지만 남의 물건을 훔치고 약탈하고 도시에 불을 지르는 행위를 정당화하지도 않았다. 시대가 바뀌면서 가난이 자랑이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엿보는 세상이 되어간다. 감옥은 만원이고 더 수용할 자리가 없기에 형벌은 감원되고 범죄는 늘어난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속담은 없어진지 오래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와 먼 불확정(The Age of Uncertainty) 시대에서 살고 있다. 국가를 사랑하고 헌법을 중요시하는 일등 국민은 점점 사려져 가고 있다. 건강한 정신이 기반을 두지 않은 풍요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늘같이 세상살이가 각박하고 살기 힘들 때 음악으로 잠시나마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세대의 변화 합류해 음악 듣는 즐거움을 잊고 살지 않았나 자문해 본다.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정서를 순화시키고, 인격을 수양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는 것만큼 들린다는 말처럼 멜로디와 가사 내용 따라 그 시대에 추억이 묻어있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풍부하고 윤택해진다. 멜로디가 안겨다 주는 가슴 타는 감정은 마음을 열게 하고, 행복으로 채워준다. 음악은 웃음이 주는 것과 같은 혈관 이완 효과를 준다. 음성이나 악기의 음색이 서로 융합할 때 독특한 아름다움을 창조해낸다. 닫혀있던 감성(感性)을 열고, 서로 사랑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통합된 풍요한 사회로 변해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활에 불만이 쌓여도 사회적 유대감을 갖고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행동 규범을 잘 지키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귀에 좋은 음악, 심장에도 좋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혈관 26%가 확장된다는 심장협회에 발표된 논문처럼 음악은 마음을 정화해지며 상처를 달래고, 치우 해준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여행지에서 얻은 신선함으로 마음이 풍족해진다.


  가을은 추억과 함께 온다. 시대를 풍미하던 음악 속에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있고 그리움이 있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다물고 귀를 열라했다. 이번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의 문제를 치유하고 마음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풍만한 가을 여행이었다.



       Blue Bros.



Branson, 음악,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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