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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思索) 하는 삶
05/14/20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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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얼마 전, 미국 역사상 남편과 아들을 미국 대통령 만든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을 방송 중계로 보았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부인으로 꼽히는 바버라 부시(92)는 

호흡기 질환인 만성 폐질환와 심부증으로 삶을 마감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지만 바버라 부시 여사는 중환자실에 누워 

산소 호흡기로 삶을 연장하는 대신 편한 돌봄 (comfort care)으로 

조용하게 마지막 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영부인의 장례식은 텍사스주 휴스턴 성 마틴 교회에서 

전 대통령 부부 등, 1,500명의 추모객과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많은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다

바버라 여사의 둘째 아들 젭 부시(Jeff Bush)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는 아름다운 분이고 우리 가족의 스승이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웃음의 힘과 나누는 기쁨을 교훈으로 주신 분이라고 추도사를 했다.

 

나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그중 하나는 미국과 한국의 장례식이 크게 다른 것이다

각국의 장례식 예절은 오랜 생활 습관과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문화적인 전통규범이다

자란 환경에 따라 경험이 다르고 풍속이 다르지만

미국인과 한국인의 장례식은 너무 다른 예절과 풍습을 가졌다.

  

미국인의 장례식은 고인 인생의 축하(Celebration of Life)이며

가족, 친지와 함께 나누는 마지막 예식이다

고인의 믿음 속에서, 남은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의 길을 축하해 준다

울음보다는 떠나는 분과 지낸 귀중한 시간을 생각하며 

천국 환송 축하 예배를 드리는 것이 통례(通例)이다

웃음이 있는 곳에 유머가 있고 사랑이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아 온다. 누구라도 피해 갈 수 없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낸 슬픔의 눈물을 흘리지만

한국처럼 심한 오열과 통곡의 눈물바다는 보기 힘들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장례식에서 (2004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의 일화를 유머로 말을 하여 고인의 가족과 

세계 각국에서 온 귀빈 조문객의 폭소를 자아냈고 장례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엄숙해야 할 장례식 조문 연설 도중 소리 내 웃는 조크를 한다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 국민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인은 유머를 좋아한다

여러 사람 앞에서 연설이나 강연과 설교를 할 때 반드시 유머를 곁들인다

장례식에서도 유머로 조사(弔詞)를 하고 상()을 당한 

유가족(遺家族)도 유머로 대답을 한다.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도 평상시 조크를 잘 했다

1981년 정신병자의 총을 맞아 수술실로 들어갈 때, 담당 의사에게 

당신들 모두 공화당이겠지?” 익살스러운 유머를 했다고 한다.  

웃음이 최고의 약이다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이란 말처럼 

천성이 낙천인 미국인은 심각한 장소에서도 조크와 농담으로 분위기 조정을 한다







작년 여름, 미 공군 중장(Major General)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예식은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엄숙하게 진행됐다

교회 송별 예배가 끝난 뒤, 운구는 6명의 의장대와 백마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묘지로 향했다

알링턴 국립묘지가 워낙 커서 조객과 친지는 자가용을 타고 뒤를 따랐다








  의장대원들은 성조기가 덮인 관을 발을 맞추어 묘지로 운반했다

목사님의 추모기도가 시작되고 관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던 의장대원은  

성조기를 빠른 손동작으로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 유족 대표(부인)에게 전달했다.





  애도의 조포(弔砲 21 Gun Salute -High Honor)가 울리고 

추모의 나팔 소리가 깊게 울려 퍼질 때

4대의 비행기(Fly Over)가 천천히 묘지 근방으로 맴돌다 

비행기 하나가 수직으로 하늘 위로 오르고 3개의 비행기는 

수평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작별 인사(Final Salute)를 장군에게 드렸다

때마침 교회 종소리가 댕그랑 댕그랑 울렸다

축복의 종소리 같이 들린다

세상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 떠나는 고인을 환영해 주는 멜로디처럼 아름다웠다

시간도, 죽음도 나도, 너도 모두 진공 속으로 흩어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따뜻한 6월의 햇살이 조용히 묘지 위에 내려앉는다

아름답고 경건한 예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달콤한 아카시아 꽃잎 냄새가 난다

어디서 나는 걸까?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든 것이 사라진 고요한 하늘에는 비행기가 남기고 간 하얀 연기만 흩어져있다.  

 


 장례식이 끝난 뒤 유족의 초대로 

추모객은 장교 클럽 (Fort Myer, Patton Hall)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리 준비된 고인의 약력(Obituary), 사진이 진열되어 있었다

생전 고인과 친분 있는 분들이 식사하는 동안 가신 분의 어려움을 통해 

성공한 그분의 삶을 나누었다

보낸 세월은 언제나 그리운 것, 고인의 모습을 그리며 함께한 

지난날을 재미있게 농담으로 말할 때마다 식당 안은 웃음의 꽃으로 가득 물들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노을이 지고 있다

금빛 화살처럼 강하던 햇살은 자유로운 영혼처럼 세상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남편이 말을 한다. “유언장에도 기록했지만, 내가 의식 불명이 되면 

계로 목숨을 연장하지 말아줘

그리고 내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면, 함께 지낸 행복한 시간만 생각해

네가 너무 슬퍼하면 하늘나라에 가서 편히 있을 수가 없어

좋은 글 많이 쓰고 여행도 하고 재미있게 지내다 와하며 

약속해 달라고 진지한 얼굴로 말을 한다.


찬 바람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참으로 많은 흐름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활활 타는 불처럼 수 없는 나날들이 흐르고 또 흘러간다

능선 굽이 굽이 돌아 조심스러운 시간이 다가온다. 침묵이 흐른다

지는 황혼이 운전석으로 비집고 들어와 그의 이마 위에 가지런히 내려와 앉는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죽음을 잊고 산다

주변에 임종 소식을 접하면 그때야 비로소 텅 비인 가슴 속을 드려다 본다

이별 없는 인생이 없고, 이별 없는 만남은 없다

죽음이 없는 삶은 세상에 없고 삶이 없는 죽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예일 대학, 셀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의 말을 빌리면 

삶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완성되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목적이며 

죽음의 본질을 이해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누구든지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나 너, 나 모두 한번은 가야 한다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것인지는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특권이다.


    지구라는 아름답고 따뜻한 행성에서 태어났다는 것도 하나의 

큰 축복이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행운 속에서 살면서도 인간은 하루하루 늙어가는 

육신에 연민의 정()을 갖게된다

과연 웃으면서 미지의 세계로 갈 수 있고 보낼 수 있을까

무엇인가 결정해야 하고 연습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마지막 삶을 정리하는 연습은 어떤 것일까

시작과 끝이 맞물려 있는 깊은 밤이 지나간다

숙제를 풀기에는 밤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바버라 부시 여사 처럼 또는 내 남편이 원하는 것처럼 적당 한때에 떠나 보내는 것도 

가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탯줄을 끊고 탈출한 유성이 타원형 포물을 그리며 사라진다

또 하나의 생명이 안식의 길을 찾나 보다

깊은 밤은 소리 없이 영글어 가고 있다.  


Major Gen Wilson : Funeral Procession Arlington National Cemetry


 




인생의 축하, Celebration of Life,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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