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 한 강
07/12/20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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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한 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문학동네 2004 여름/



작가 소개: 


이름: 한 강

출생: 1970년 11월 27일 / 광주 광역시

한국인 처음으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Man booker)을 

2016년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 영문판(번역: Deborah Smith)을 통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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