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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속이기
03/01/2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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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속이기


                             최정란



노끈이나 나무에 매달아 놓으면

오래 간단다

그 말 믿지는 않지만


바나나 한 송아리를 묶어두기 위해서

나무를 찾다가

바나나 한 송아리를 박아두기 위해서

못을 찾다가

바나나 한 송아리를 매달아두기 위해서

망치를 찾다가


망치를 든 채 전화를 받는다

망치를 든 채 안부를 묻고

망치를 든 채 수다를 떨다가

왜 손에 망치를 들고 있을까, 잊는다

왜 못 하나가 거기 있을까, 잊는다


대화에 열중하느라

무심코 가장, 날카로운 말로 애인의 가슴깊이

대못을 박는다

어딘가에는 박아야 하므로


날카로운 말은 빨리 허기를 부르고

배가 고픈 나는 바나나를 먹는다

내 몸 위로 미끄러져 오는 바나나

이윽고, 바나나 껍질처럼 휘어진

미끄러운 밤이 온다


검버섯이 생기기 시작한 바나나

썩어가기 시작해서 향기로운 바나나

검버섯이 피기 시작하는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 오 바나나


날카로운 말은 꼭 애인의 가슴에 박아 넣는다

철철 흘리는 피를 보고야 만다


짐짓 속아주는 척 하는 사람아

사랑한다 사랑한다 고백하고 맹세하고

그리고 또 상처를 준다


몰래 기어들어가고 싶은 그림 속

무성한 파초잎 향기로운 이국의 마을에서

비로소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또 다시 망치 자루를 드는 나날이여


바나나는 속지 않는다

다만 검은 향기를 풀어놓을 뿐


브래지어를 풀어헤치고 파초잎 지붕 아래 누운

내가 나를 속이기는

바나나를 속이기 보다 어려워


오랫동안 나를 속인 나

속고 있는 줄도 모르는 나

이미 속을 대로 속아

더 이상 속을 것이 없는 바나나

오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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