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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도 못난 팔자
01/30/201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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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도 못난 팔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분이 필자를 찾았다. 검은 얼굴에 차림새는 꾀죄죄하고 머리는 빗지 않아 부스스 한 것이 자다가 막 나온듯했고 눈에는 눈꼽 마저 끼어있어 참으로 지저분해 보이는 인상을 지닌 사내였다. 약간은 건들건들하며 시니컬한 표정으로 자신의 사주팔자를 봐 줄 것을 청한다. 1956년 2월 26일(음력) 저녁 6시경에 태어났다고 한다. 사주기둥을 세워보니 丙申年 壬辰月 癸卯日 辛酉時 生이다. 日柱인 癸水가 癸水를 지닌 癸月에 태어나 통근했고 申辰의 水向과 生水가 水에 합세하며 辰酉合金과 申酉의 金方이 金生水로 생신하니 水의 세력이 범람하고 있는 신강사주이다.

이렇듯 水의 세력이 왕성할 경우 건조한 土로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고 필요할 때마다 用水(용수)해야 쓸모 있는 물이 되는데 습기찬 辰土가 버티고 있으니 제방 쌓기는 틀렸고 온통 흙탕물이 되는 엉망진창 사주팔자가 되어 버렸다. 더군다나 申辰이 水에 가담해 본성인 土의 성질조차 잃어버리니 관성이 의지할 곳 없다. 재물이나 처를 뜻하는 火역시 水에 둘러 쌓여 힘을 잃으니 가정을 이루기 어렵고 평생 재물은 손에 넣어보기 어려운 고립무원의 팔자가 되었다. 여기다 卯酉형충이니 더더욱 여자 복이 없는 팔자다. 어쨌든 木이 용신이 될 듯 하나 충국을 당해 용신이 무력해졌고 金이 병신인데 운의 흐름마저 木운이 오지 않고 巳午未의 火의 운과 申酉戌 金方운으로 흘러가니 점입가경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좋은 꼴은 볼 수 없는 이른바 ‘완벽히 지지리도 못난 팔자’라 할 수 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하나 고심하다 필자 왈 “술을 무척이나 즐기시겠는데요?” 라고 하니 “술을 좋아하는 것도 팔자 속에 나오나요?” 라고 하며 신기해한다. 사주팔자의 구성이 水일색인데다 용신이 무력한 팔자이니 이런 팔자의 경우 주태백이 많기에 건낸 이야기였다. “일생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가정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요! 큰돈 벌 기회도 역시 평생에 없어서 매우 곤궁하게 사셨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자존심이 상하는지 인상을 쓰며 역정낸다. “왜 그렇게 사람을 무시하쇼? 나도 한때는 아주 잘나가던 사람입니다!” 라고 한다. 필자가 “언제요? 사주로 봐서는 한 번도 그럴 기회가 없었을 듯한데...

혹시 제가 잘못 보았을 수도 있어서 참고삼아 묻는 겁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때가 언제였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라고 하니 “아니 뭐... 딱 부러지게 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궁시렁 궁시렁...” 알아듣지 못할 혼잣말을 한다. 그러더니 말머리를 돌려 “그건 그렇고 내가 언제나 여자 복이 터질 것 같습니까” 라고 느닷없이 묻는다. 팔자에 보이는 데로 대답할 수밖에 없어 “선생님의 팔자 속에서 평생에 걸쳐 결혼 운이 아쉬웁게도 없습니다!” 라고 하자 이양반 반격의 기회를 잡은 양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야야야! 이것 봐라 이것 봐! 이양반 완전 돌팔이 아냐?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내가 몇 달 전에 결혼을 했는데 평생에 한 번도 결혼 운이 없다고 하니 무슨 엉터리 소립니까?” 이 소리에 필자가 놀라며 “뭐라구요? 몇 달 전에 결혼을 하셨다구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부인 생년월일시를 줘보십시오. 같이 한 번 봐야 되겠습니다!” 라고 하니 부인 생년월일시를 제대로 못 대주며 우물쭈물 하더니 사연을 이야기한다.

필자가 진단한대로 이분은 평생 제대로 된 직업을 한 번도 지니지 못하고 살아왔다. 한국에 있을 때는 공사장 잡부나 일용직으로 며칠에 한번 꼴로 일을 하다말다 해왔고 비실거리며 쪽방에서 혼자 지내는 동생이 불쌍해 미국에 사는 누이가 예전에 형제초청해 준 영주권이 십몇 년 만에 나오게 되서 누이가 부쳐준 비행기 삯으로 겨우 미국에 건너왔다. 나이 40이 넘도록 한국에서 장가도 못가고 겨우겨우 연명하다 미국에 왔지만 천성이 워낙 게으르고 인물도 보잘것없어 어떤 여자를 만나도 여자들이 모두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도망갔다. 누이마음에는 동생에게 여자라도 있어 가정을 꾸미면 책임감도 생기고 사람노릇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기저기 다리를 놓아 보았지만 나이 40 중반이 넘도록 뚜렷한 직업도 없고 인물도 보잘 것 없는데다가 허세만 떠는 이런 남자를 좋아할 여자는 없었다.

미국에 와서도 사람의 천성은 바뀌지 않아 무슨 일이든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니 그동안 거친 직업만 해도 수십 가지였다. 전기기술자 보조 보름, 플러밍 조수 1달, 택시운전 20일가량, 주방보조 일주일, 목수 데모도 열흘, 야간 청소 보름, 등등 직업이라는 직업은 다 거쳐 보았지만 천성적인 게으름과 끈기 없음으로 한 며칠일하고 몇 달씩 놀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굶어죽지 않고 어찌어찌 현재에 이르렀다. 이분이 이제야 솔직히 말하기를 “저는 평생 동안 돈 천불 한 번 모아본적이 없습니다. 법사님께서 평생 거지처럼 살았다고 하는 것 같아 반발심에 큰소리쳤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몇 달 전 결혼했다고 한 것은 아는 선배가 이민브로커를 하는데 신분 없는 여자와 서류상 결혼을 해주면 3만불을 주겠다고 해서 어떤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혼인신고를 했는데 선배가 약속도 안 지키고 한 푼도 아직까지 주지 않고 있어 어떻게 이를 취소하나? 하고 고민하던 참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나는 돈복, 계집 복이 없죠?” 라고 한 뒤 울상이다. 필자는 속으로 쯧쯧쯧 혀를 찼다. 팔자생겨 먹은 게 이 모양이니 어쩌란 말인가? 다 자기 팔자대로 살다 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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