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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代)를 이을 욕심이 화를 부르다!
06/24/20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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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이을 욕심이 화를 부르!

 

 조선말엽 개성 땅에 최 진사 댁이라는 만석지기 대지주가 살고 있었다. 최 진사는 학식이 높고 덕망이 있어 인근 동리 주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고 그 동리 인근의 큰 어른으로 대접받았다. 인정이 많아 소작인들에게 늘 너그럽게 대했고 흉년이 들면 곡식 창고를 열어 구휼미로써 이자도 받지 않고 소작인들에게 배고픔을 넘길 수 있도록 조치하곤 했다. 최 진사의 유일한 근심거리는 병약한 아들이었는데 손이 귀한 이집에서 늘그막에 태어난 외동아들은 노상 골골거려서 최 진사를 위태위태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오래 살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들자 최 진사는 아들의 혼사를 서둘렀다. 늦기 전에 씨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오늘 내일하는 것 같은 피골이 상접한 최 진사 아들에게 딸을 내 줄 집은 없었다. 요즈음 세상이야 부자 집에 딸이 시집가면 그 덕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딸은 시집가면 출가외인인지라 시집가는 그 순간부터 남의 집 사람이기에 그 집이 만석꾼 집안이라 한들 지체 있는 집안에서 딸을 그리 쉽게 내 주지는 않는 것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최 진사 입장에서야 그래도 수준 있는 양반가문에서 며느리 감을 구하고 싶은 심정이야 굴뚝같지만 어느 집에서도 딸을 주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영락한 양반 가문을 알아 볼 수 밖에 없었고 예전에는 한가닥하는 집안이였으나 이제는 영락하여 끼니 잇기가 어려울 정도로 몰락한 인근 동네 산막에 거지꼴로사는 명색이 양반인 서생원 댁 막내딸과 혼담이 오가게 되었다. 논 세마지기와 산자락에 딸린 천수답 몇 십 이랑을 주기로 하고 추진 된 혼담이었다. 혼사는 이루어졌고 시집온 며느리는 영특하고 부지런하여 최 진사 내외를 만족시켰지만 눈치를 보니 아들의 건강 때문에 합방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최 진사를 또 안달에 빠지게 했다. 영락없이 대가 끊어지게 된 최 진사는 드디어 이성을 잃고 무서운 음모를 꾸미게 된다. 대대로 최 진사 댁 머슴으로 있던 돌쇠를 설득해서 며느리를 강제로 겁간하게 시켰는데 비밀만 지켜준다면 면천(종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 시켜주고 멀리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 할 수 있도록 돈 푼이나 쥐어준다는 조건이어서 돌쇠는 그 말에 따랐다.

 

그 말만 듣고 결국 돌쇠는 최 진사 며느리를 임신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약속과는 달리 먼 지방으로 떠나던 중 뒤를 밟아 따라온 자객에게 맞아 죽어 이름 모를 골짜기에 묻힌다. 돌쇠가 묻히던 그 시간 최 진사의 아들도 숨을 놓아 버렸다. 이듬해 손자가 태어났고 집안은 경사를 축하하러온 문중 사람들과 소작인들 동네주민 등등으로 북새통을 이뤘고 잔치가 며칠이나 계속됐건만 며느리는 방에 틀여 박혀서 식음을 전폐하고 아기에게 젖도 물리지 않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만 응시했다.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쑤군대었지만 아마도 지나친 산욕 때문일 것이라 짐작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기는 유모의 손에 자라게 되었는데 어느 날 은밀하게 며느리를 부른 최 진사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자진하여 지아비를 따라 갈 것을 명한다. 열녀가 되기를 강요한 것이다. 결국 며느리도 목을 매서 죽었고 아기는 무럭무럭 자란다.

 

이 때 동학란이 터져서 동학패들이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양반 대가집들에 쳐들어가 양반들을 학살하는데 최 진사는 평소 쌓아둔 덕이 있어 화를 겨우 면하게 되지만 문제는 이런 불안하고 혼란한 과정에서 혹시 동학패가 들이닥쳐 해를 입힐까 두려워 최 진사가 종년 방에 숨어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갑자기 음심이 동하는 회춘현상에 종년을 덥쳤는데 여기서 아기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최 진사는 또 마음이 변심하여 피 한방을 섞이지 않은 애를 주위사람 눈을 피해 은밀히 먼 지방에 갖다버리는 방식으로 쫓아내고 종년 몸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정성을 다한다. 허나 워낙 최 진사 가문의 씨가 그랬던지 이 자식 또한 몸이 허약해서 온갖 정성을 다해 귀하 뒤 귀한 약재, 보약을 먹였음에도 몇 살을 못 넘기고 덜컥 죽고 만다. 만사가 허망하게 끝나고 만 것이다. 이제는 할 수 없이 먼 친척 뻘 되는 아이를 양자로 들여 대를 잇기로 했는데 이 양아들이 처음에는 고분고분하고 총명하여 맘에 들었는데 나이가 차 갈수록 점점 개차반이 되고 있었다. 노상 밖에 나가 싸움질에 노름질, 기생방에 아예 틀어박혀 기집 질로 날과 밤을 세웠다. 이러다보니 최 진사 댁 재산도 점차 점차 기울어 그 많던 재산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이제는 제사 지낼 양식마저 걱정할 정도로 몰락하고 말았다. 자손에 대한 욕심, 대를 잇겠다는 욕심으로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악행을 한 것이 원한의 기()가 되어 이 집을 덥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죄 값을 받으려고 그랬던지 최 진사는 무척이나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다. 망나니 양아들 놈은 재산을 다 해 처먹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부인도 죽고 홀로 남은 최 진사는 결국 거지꼴을 하고 남의 집에 동냥하러 다니는 신세가 되었는데 여기에다 더하여 천형이라 불리는 문둥병에까지 걸려 종국에는 손가락, 발가락이 다 떨어져 나가 개, 돼지처럼 기어 다니며 양식을 구걸했는데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찌된 영문인지 죽지 않고 백세 가까이 고통을 받다 죽었다 한다. 여기에서 보듯이 남에게 원한을 사지 말아야 한다. 남이 나에게 원한을 품고 저주를 하면 그 한()의 기운(氣運)이 뭉쳐 눈에 보이지 않는 살기로 나를 치게 되는 것이다. 착하게 살자. 남에게 받는 칭송과 덕담은 나 자신의 운을 밝은 쪽으로 열어줄 것이다. 착한 일 많이 해서 칭송을 많이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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