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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도(征治)만 난무하는 현실, 부조리한 세상
11/16/2016 16:40
조회  2379   |  추천   5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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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을 넘어 열불 나는 정국이다. 언론 매체들은 끊임없이 특종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청와대와 정치권은 국민의 평안은 안중에도 없이 버티기와 제몫 챙기기만 신경 쓰는 모습이다. 이에 국민은 '그래, 얼마나 더 비리와 의혹이 나오나 보자. 법을 공정하게 적용하나 보자. 우리를 개 돼지로 우습게 여기는 후안무치한 집단의 종말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며 허탈과 분노를 눌러 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에 대한 언급이 많아지고 있다.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민주공화국을 의심하게 하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지도 않다. 법 중에 최고의 법이라는 헌법은 물론이고 상식과 논리조차 통하지 않는 불통과 독단과 전횡이 만연해 있다.

사법기관도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초법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 하나 믿고 따를 사람이 없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한반도 밖은 급변하고 있는데 국정은 마비되어 가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임기와 권한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를 옆에서 보좌하고 시중드는 무리들은 정말 자신들의 행동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지 직접 묻고 싶다. 왕정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뻔뻔함의 극치는 찾기 쉽지 않다. 

왕정시대라고 왕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서구의 경우 16세기 말부터 사회계약설이 나왔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왕은 신이 정하는 것으로 여겼으나 이때부터 인식에 변화가 시작했다. H. 랑게는 왕권은 국민으로부터의 신탁된 권리요, 왕이 만일 그 권리를 그릇 사용하면 국민은 그 신탁권을 철회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폭군의 경우 왕위에서 추방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은 J 로크의 정부론, 루소의 사회계약론으로 체계화되면서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밑받침이 됐다. 중국의 맹자도 백성이 왕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하물며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국민이 물러나라 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고대 동서양 철학자들은 정치가 '인정(仁政)'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논어에 나오는 한 구절을 보면 정치에 대해 이해가 더 쉽게 다가온다. 하루는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자는 "백성이 먹을 양식을 충분히 하고 국방력을 갖추며 백성의 신뢰를 얻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자공은 그러면 세 가지 가운데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어느 것이냐고 물었다. 공자는 병정, 즉 군사력이라고 말했다. 자공은 다시 남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식량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자는 "국가는 백성의 신뢰 없이는 성립되지 못한다. 나라는 믿음을 잃고는 통치가 불가능하다. 비록 식량과 국방력이 있다 해도 백성이 떠나 나라가 비어 있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공자는 나라의 성립과 정치의 근본이 군주와 백성 사이에 깊은 믿음, 즉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현 정권은 이런 신뢰를 바닥까지 무너트렸다. 회복 불가능 상태로. 이들이 물러난다고 대한민국이 망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더 나은 세상, 미래와 희망이 있는 세상에 살기 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읽고 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에 기대어 목숨을 연명하거나 상황을 반전시켜 보려는 의도가 애처로움을 넘어 역겨움으로 다가온다. 왕도(德治)는 흔적도 없고 패도(征治)만 난무하는 현실, 권력과 금력에 눈 먼 사람들이 판치는 부조리한 세상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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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6일자 LA중앙일보 '중앙칼럼'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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