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nkim
닷 드러라(kimnkim)
California 블로거

Blog Open 12.10.2010

전체     142816
오늘방문     68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28 명
  달력
 
시 '굴비' -오탁번
08/05/2020 07:00
조회  238   |  추천   8   |  스크랩   0
IP 47.xx.xx.70


오래 오래전에 읽고 가슴이 찡했던 시가 있었다.

그래 몇번을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들 열심히 웃기만 하기에

두번 다시 언급을 안하고 먹먹한 가슴 한 구석에 숨겨 놓았다.


요 근래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퍼 올렸는지 벌써 두번이나 같은 카톡을 받는다.

그래 웃지만 말라고 김춘식씨의 평론과 함께 올린다.

그때는 아무리 찰진 가난도 흠이 되지 않는 시대였는데

이제 시간이 흘러 돼지비게 굽는 연기속에서 소주잔 위를 오가는 소리로만 들을까 걱정이 된다.

....그냥 내 마음 한 구석에 가만히 남겨두는게 더 나았을까..?


                              천년바위 -대금연주 


         * * * * *

    '굴비'  오탁번 시집 겨울 강 (1994)에서 -[중앙일보] 입력 2002.08.29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 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굴비 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둘러보았다


그거 하면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팔러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마리가 올랐다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굴비 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마리가 올랐다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해요

당신이 앞으로 하지 말라고 해서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깜박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불렀다      

 

 

오탁번씨는 대단한 입담을 지니고 있다

자칫 잘못 들으면 그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버릴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태연하게 엮어낼 있는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더구나, 웃음이 절로 나오면서도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그것을 변주(變奏) 내는 실력이라니!

 

'굴비' 음담패설이다

시인도, 그래서 제목 옆에 이렇게 설명을 붙여 놓았다. "항간의 음담(淫談). 얼마 전에 이야기를 처음 

듣고 나는 차마 웃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라고.

 

음담패설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 그래서 오탁번씨는 시인이다. 음담에 묻어 있는 삶의 곡진(曲盡)함 

까지 한눈에 통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아내의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과 마음에 목이 메고 마는 사내의 이야기 해학과 웃음으로 가득 이야기에 전혀 엉뚱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내가 굴비를 구해 내력을 알고도 굴비를 맛있게 먹고

그저 퉁명스럽게 볼멘소리를 하는 사내. 그리고 며칠 굴비가 다시 밥상에 올랐을 때는 결국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는 사내.

 

사연이야 어떻든 가난한 살림과 굴비에 얽힌 이야기는 사내와 계집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참으로 

진실하게 보여준다. 물론 이야기는 허구이고, 웃고 즐기자고 누군가가 만들어낸 어른들의 우스갯 소리 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음담에도 삶의 진실은 있는 것이다. 그런 진실 앞에 어설프게 정조(貞操) 순결을 들이대며 힐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웃다가 결국은 울고 마는 이야기. 오탁번씨의 '굴비' 이런 단순한 

음담을 훌쩍 뛰어 넘은 파격을 지니고 있다.

 

 사내와 계집의 사랑을 묘사하는 구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 사내와 계집은 /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 사랑의 깜박이며 날아다니고 /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불렀다"에는, 개똥벌레, 베짱이, 소쩍새 자연과 우주가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사내와 계집의 사랑과 함께 호흡하고 장단을 맞추는 미적인 승화의 경지가 숨어 있다

음담패설에서 우주의 합창을 엮어내는 그런 파격, 파격이 시의 깊은 매력이다.

 

김춘식<문학평론가>


* * * * *


*  이하 '오마이뉴스' 2014.01.09 에서 요약 발췌

 

1943 제천시 백운면 에서 4 1녀중 막내로 태어났다.

-국민(초등)학교 6년 내내 1등을 차지해 도지사상을 받을 정도로 명석했지만 중학교 진학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 시인이 다니던 백운초등학교에 권영희 선생이 부임하면서 희망이 생겼다. 권 선생은 가난하지만 영특했던 오탁번을 끔찍이 아껴주고 중학교 입학금까지 대주었다. 또 강원도 원주에 살던 오빠에게 부탁해 숙식 일체를 책임져 주었다.

-더 이상 학교는 안 나갔지만 원주고등학교는 어찌어찌해서 오 시인에게 졸업장을 주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22살에 고려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고대 재학중 고대 응원의 노래작사, 모교인 고대에서 36살부터 2008 정년퇴임 때까지 국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우리말 사랑이 각별한 것은 그의 시를 보면 안다.

 

시인은 지난 2003 백운국민학교 애련분교의 부지와 건물을 샀다. 자신이 다니던 국민학교의 분교다. 교실 칸과 숙직실, 안채를 손보아 아담한 문학관을 만들었다. 제천과 원주 일대를 둘러보다 결국 '삶의 

밑변'이었던 천등산 박달재 아래로 자리 잡았다. 문학관의 이름은 원서헌(遠西軒), 제천에서도 서쪽이라는 뜻의 조선시대 지명이다. 해가 지는 곳이다.

 

원서문학관은 누구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와서 둘러보고 글을 있는 곳이다. 매년 여름방학에 지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어린이시인학교를 열었다. 각지에서 시인들이 자원봉사를 했다. '원서문학관 시의 축제' 열어 야생화와 농부, 모국어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대문을 들어설 때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밥냄새를 맡고

내가 어머니의 등에서 울며 보채면

장지문을 열고 진외당숙모가 말했다


언놈이 먹이고 가요

그제야 나는 울음을 그쳤다

밥소라에 퍼주는 따끈따끈한 밥을

내가 하동지동 먹는 보고

진외당숙모가 나에게 말했다


밥때 되면 만날 온나


, 나는 이날 이때까지

이렇게 고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젖을 먹고

밥조차 굶주리는 나의 유년은

진외가 집에서 풍겨오는 밥냄새를 맡으며

겨우 숨을 이어갔다

                    ('밥냄새' 중에서)


저녁밥을 먹으려고 두레반 앞에 앉으면

솔가지 타는 내가 배어있는 어머니의 흰 소매에서는

아련한 저녁연기가 이냥 피어 오른다

                    ( 저녁연기 같은 것)

    * * * * *

갑자기 어머님 생각이 나서 어머님을 생각케하는 싯귀를 따라 올립니다.

떠나신 뒤에 떠난 자리가 커지는 분들이 어머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 시인의 어머님이 시인의 국민학교 입학시에 말하시기를

'이 학교터를 잡은 지관이 이 학교에서 큰 인물이 난다고 하셨는데

그게 바로 너야' 라고 일찍부터 올바로 잡아 주셨다고 합니다.


-

-

우한코로나로 낙담하지 않고,  신체발부(身體髮膚) 는 수지부모 (受之父母) 라 하며 수염을 길러봅니다.

옛말에 수염 많은 자 장수한다 했는데, 아마 늠름한 수염을 보이며 장수의 기를 폴폴 날리고 있으면

밑의 장졸들이 믿고 열심히 싸우기에 그런 말이 나왔는가 합니다.

그러나 한 2주 길러보니 장수 할 상이 못되는 것을 확인하고 기대를 접습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글
1 ㆍ 2 ㆍ 3 ㆍ 4 ㆍ 5

시 '굴비' -오탁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