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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소춘풍도 알았던 외교전략
07/07/2017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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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소춘풍도 알았던 외교 전략


#.  조선 성종 때 소춘풍이라는 유명한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성종이 문무백관들을 모아놓고 술자리를 베풀었는데 소춘풍을 불러 취흥을 돋우게 했다

 소춘풍은 먼저 영의정 앞에서 시조 한 수를 지어 불렀다. 재덕을 겸비한 문신들에 비해 무식한 무신들은 분수도 모르고 날뛴다는 내용이었다. 무신들이 발끈했다. 그러자 소춘풍은 병조판서 앞에 가서 또 한 수를 읊었다. 헌헌장부 무신들이야 말로 진짜 사나이라는 취지의 시였다. 그리고는 모두를 향해서 또 한 수를 더 지었는데 바로 다음의 시였다


  ()도 대국이요 초() 또한 대국이라

  소국 등(?)나라가 간어제초(間於齊楚)하였으니 

 두어라 이 다 좋으니 사제사초(事齊事楚)하리라


간어제초란 강대국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있다는 뜻으로 강자들 틈바구니에서 약자가 괴로움을 겪고 있을 때 쓰는 사자성어다. 사제사초란 제나라와 초나라 모두를 섬긴다는 뜻으로 약소국이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두 강대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그러니까 기생 소춘풍은 권세를 쥐고 흔드는 문신과 무신 양쪽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중국 고사에 빗대어 표현했던 것이다.


#. 소춘풍이 인용한 간어제초, 사제사초는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 양혜왕 하편에 나온다. 시대 배경은 중국 고대 춘추시대다. 기원전 770년 천자국 주()나라가 낙읍으로 도읍을 옮기고 이후 진()나라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 기원전 220년까지, 550년간의 백가쟁명 시대를 춘추전국시대라 하는데 춘추시대는 그 전반기 약 370년간을 말한다

 당시 지금의 산동반도 인근에 등(?)이라는, 사방 50리도 못되는 작은 제후국이 있었다. 북쪽엔 제, 남쪽엔 초나라 같은 강국이 있어 늘 흥망생존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어느 날 맹자가 등나라를 찾아오자 군주 문공이 물었다


 소국 등나라는 강대국인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서 하루도 힘들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도대체 어느 쪽을 받들어 섬겨야 합니까?(?小國也 間於齊楚 事齊乎 事楚乎)”


 맹자가 답했다

참으로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답을 드리자면 연못을 깊이 파고 성을 높이 쌓아 백성과 더불어 죽기를 각오하고 지키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당대 최고 현자라는 맹자도 뾰족한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 속에서 국가 생존의 기본 요건은 누가 뭐래도 자주국방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 그때나 지금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 한국의 외교는 늘 복잡하고 미묘하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펴야 하는 간어제초의 처지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이르고, 한류다 뭐다 해서 문화력도 세계인을 사로잡을 정도로 국력이 커졌는데도 그렇다. 왜일까.


무엇보다 자주국방이라는 기본 토대가 여전히 미흡해서다. 우리 안에 강하게 남아있는 동북아 변방의 약소국이라는 고정관념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큰 나라 앞에만 서면 조건반사적으로 기가 죽는다. 행여 그들의 심기를 건드려 사이가 틀어질까봐 노심초사다. 과거 한국 대통령이 미국 혹은 중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정도 이상의 비굴함이나 필요 이상의 수동적 자세가 되었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사제사초 전략도 구사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자주국방, 자주외교라는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그 바탕은 자존심과 자신감이다. 이게 없다면 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들여놓아도 나무토막 하나 못 쓰러뜨리는 허깨비일 뿐이다. 아무리 머리를 굽신거려도 무시만 당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국익을 좌우할 많은 현안이 걸린 중요한 회담인 만큼 비례(非禮)는 없어야겠지만 과공(過恭) 또한 걷어냈으면 좋겠다.  분명 과거와 달라진 국력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또 취임 초임을 감안해도 70~80%라는 유례 없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새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그래도 될만한 자격이 있다.


맹자의 진심 구하편에는 세대인즉묘지 물시기위위연(說大人則?之 勿視其巍巍然)'이라는 구절도 있다. 나보다 권세 있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좀 깔보는 듯도 해야 하며, 그 위세 당당함에 지레 주눅 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정도는 충분히 알고 미국에 왔으리라 믿는다. (2017.6.30.)



*참고: 블로그에 글 올릴 때 일부 한자는 지원되지 않아 ?로 나오네요. (등나라의 등/ 즉묘지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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