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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평론가의 시선
02/18/20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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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OO의 수필세계-시적 정서와 어우러진 정제된 언어 - 김세정


1. 여는 말

작가에게는 세 가지 목소리가 있다고 엘리어트는 말했다. 자기를 위한 목소리, 구체적인 대상을 의식하고 그에게 하는 목소리, 가상으로 설정한 그 누구에게 하는 목소리. 수필은 누군가를 위해 쓴 글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글이다.

수필은 자기 독백의 글로 한 인간의 영혼을 드러내는 창문 역할을 한다. 이와같은 수필문학의 고백적 특성으로 인한 비평의 어려움을 허세욱 교수는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작가와의 오랜 인연과 곡진한 청, 그리고 촉박한 마감기일에 떼밀렸기 때문이다. 제한된 짧은 시간 내에 한 작가의 광활한 정신세계를 두루 섭렵한다는 것은, 그것도 몇 편의 작품만으로 전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성의를 다해 그의 수필세계를 탐색해 나가고자 한다.


윤오영의 수필론대로 '수필의 묘는 문제를 제기하되 소설적 테에마가 아니요, 감정을 나타내되 시적 이미지가 아니요, 노을과도 같이 아련한 무우드에 싸인 신비로운 정서에 있는 것' 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작가는 수필의 묘를 제대로 터득하고 운용하는 많지 않은 수필작가의 하나에 속한다고 본다.
작가의 수필은 섬진강 강물이다. 물결 넘실대는 도도한 강줄기이기 보다는 격정의 여울조차 다소곳 감싸안고 나직히 흐르는 강이다.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순수의 물빛을 간직한 채로 강가에 푸른 대나무와 뭇 들꽃을 키우며 투명한 바람과 더불어 흐르는 섬진강이다.


그의 글은 그의 삶 자체이고 삶이 지닌 의미이자 빛깔인 것이다. 특히나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 자체가 삶의 진솔한 표현이며 그 흔적일진대 그가 쓰는 수필은 곧 그의 생활이자 그의 창일 수 밖에 없다. 그는 그 창을 통해 이웃을 만나고 세상과 교류한다.
인간은 자기 내면을 어떤 형식으로든 표현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지녔다. 그가 취한 방법은 언어를 통해 형상화하는 문학, 그중에서도 수필을 택했다. 물론 그 이전에 시와 시조에 심취하기도 하고 단편소설에 도전해 보기도 한 그다. 지금의 그에게 있어 수필쓰기는 '나 여기 살아있음'의 신호로 보내는 깃발이자 스스로에게 존재의미를 확인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이제는 도달할수 없는 공간, 흘러간 세계와 다가올 미래를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무릇 모든 문학은 사물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라는 애정과 이에 바탕한 열정의 산물이 수필인 바 그 역시 삶이 갖는 의미를 발견하기 위한 열정어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또한 별스럽지 않게 스쳐 지나는 것으로부터 그것이 갖고 있는 소중한 가치와 진정한 의미를 세상에 드러내려는 시도를 줄기차게 해왔다. 이처럼 그가 보인 수필에의 관심은 거의 일상의 일들에서 찾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부하지 않다. 평범하지도 않다. 주제를 심도있게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한 어휘 구사력과 그를 받침하는 탁월한 감성과 논리적 사고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자기 색깔과 향기가 분명한 작가다. 그만의 독특한 숨결, 체취를 지닌 개성있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수필작가인 그. 일관되게 지향해 온 순수서정과 아름다움을 좇는 마음이 그의 문학을 존재케 하는 근원적 힘이라 할 수 있다.

2. 본론

첫번째 수필집 발문에 김병규 박사는 이렇게 썼다. "글은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수필에서 느낀다. 그에겐 확실히 풍기는 것이 있다. 왜그럴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까닭을 알 수 있게 됐다. 근엄하신 할아버지에 대하여 쓴 글이 있다."

...조심스레 자리끼 놓아 드리고 뒷걸음으로 나오면 조신하니 참한 녀석이라고 큰 칭찬도 혼자말처럼 하시던 분... 이런 사람이 그인 것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렇다. '그분의 향훈이 내 마음에도 침윤돼 한 점 빛으로 남아 있기를 바래 본다. 그리하여 나도 조그만 빛의 둘레를 가지고 누군가의 가슴에 빛으로 남고 싶다. 시나브로 흐르는 세월의 물줄기 가운데 그래도 잊혀지지 않을 아름다운 흔적으로...' 라고.


그의 첫 수필집 <주렴을 반쯤 열고(1988)>는 순수수필, 서정수필의 백미로 평가된다. 많은 이로부터 수필의 교과서 혹은 스탠다드 수필이란 평을 들은 바 있다. 정제된 언어, 청정한 시정으로 시격을 부여한 작품들이 보석처럼 빛이 난다. 대상을 바라보는 심미적 안목에다 운율이 살아있는 환상적 이미지, 문장의 압축미가 돋보였으며 언어의 극세공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두번째 수필집 <산은 저 혼자일 때 아름답다(1990)>는 제목이 암시하듯 일체의 사물을 인격화하고 거기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으로 일관한다. 이렇듯 그때나 지금이나 자연은 그의 문학의 기본 산실이자 그리움이 머무는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셈이다. 세번째 수필집 <흔적을 지워가며(1985)>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탐색하며 그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는 작업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단단히 엮어가는 주제의 틀 속에 예외없는 능숙한 문장구사, 거기에 유려한 운율 활용에다 시적 미감까지 놓치지 않는다. 자기화된 고유의 문체로 그만이 지닌 독특한 수필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그의 글이 갖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글은 언제 읽어도 차분하다. 수사가 지나치거나 사막처럼 메마르지 않다. 그리움, 회고, 찬미 등이 정서와 지성의 날이 조화를 이뤄 마냥 흐믓하고 가멸찬 감동에 젖게 한다"고 계간 <문학도시> 수필평에 김상희는 쓴 바 있다. 문학작품은 감동을 전제로 존재 가치를 부여받는다. 거기에 더해서 타인의 정서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객관적 평가를 받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공감이란 대중의 의사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하나된 존재임을 확인하는 그 자체이므로 그만큼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한동안 백자에 취하고 또 한참은 백자에 얼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다. 밖엔 사계가 오가고 한낮이거나 노을녘이거나 늘 같은 조도의 불빛 아래 나를 기다리는 그.
근처의 조그만 연적이나 도자기는 내 것으로 갖고 싶은 탐심을 일군다. 이것이 끈끈한 소유욕이라면 백자 대호에 대한 대접은 격이 다르다.수용이나 포용이 아닌 기꺼운 헌정 또는 귀의 같은 것.'
-수필 <그 자리에 언제나 그 모습으로> 중에서-

박물관에 전시된 백자를 보면서 거기에서 느낀 생각을 서술한 수필이다. 그의 문학의 본질이 정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글로, 어디에나 그의 관심이 다다르면 유정물 아닌 것이 없게 된다. 모두가 피돌기를 하고 감정이 있는 생명체로 환원돼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이와같이 사물을 의인화하는 것은 동양정신의 큰 맥인 도가적 인식체계에 바탕을 둔다고 볼수 있으며 그것이 그의 수필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그'라는 인칭대명사를 도자기에게 부여하므로 사람처럼 생각하는 그런 정감 속에서 시정 넘치는 글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학은 정감을 바탕으로 형성된 심미적 요소의 결합물이기도 한 반면 인간생활의 기록이기도 하다. 순환의 질서, 그 섭리에 순응해야 하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인 그가 연로한 어머니를 통해 생성과 소멸의 의미를 찬찬히 짚어 본다. 인간의 여러 인연 중에서 가장 절절한 것은 혈연에 근거한 운명적 연결일 것이다. 생로병사라는 피할 수 없는윤회의 고리를 의식하며 머지않아 안타까운 작별을 해야 하는 모녀 사이의 애틋함이 다음 글에 잘 나타나 있다.

'팔십 연륜에 이제는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치 조그마해지신 엄마. 그날따라 허리는 더 굽어 보였고 뒷모습은 왜 그리 쓸쓸해 보이던지. 갑자기 가슴이 메워 왔다. 그 아픔 종내는 벅찬 서러움되어 물결마저 출렁였다. 어쩌면 저리 자꾸 작아지다 어느 순간 사위어 가는 불길처럼 홀연 사라질 것만 같았다. 잡으려 해도 안개이듯 그렇게 스러지는 아쉬움으로 가뭇없이 멀어져 가는 꿈길의 어느 영상처럼.'   -수필 <어머니의 겨울> 중에서-
이러한 그의 수필은 한정된 시간을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존재에 대한 인식과 동시에 발견을 촉구하고 있다. 수필의 궁극적 사명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며 수필이 근본적으로 지향하는것은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와 이해라는 측면과도 맞아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삶을 근간으로 하는 일체의 사념을 기술하는 글이 수필임 또한 자명하게 된다.

수필이 문학인 이상 개인적 감회와 정서의 기록만으로 사명을 다한다 할 수는 없다. 즉 시대와 역사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다. 역사를 통해서 혹은 시대상황을 병렬시켜 현재의 내 위치를 확인해 보는 일도 필요할 것이며 자신을 재정립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러는 자신의 실체를 새롭게 인식하거나 또는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삶의 과정을 되짚어 보는 일은 일종의 모색으로 건전하고 바람직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기도 하다.


내용과 형식면에서도 <자성대에 올라>는 다양한 면모를 지닌, 그러면서도 구조가 탄탄한 건축물 같은 수필이다. 다음은 그 수필의 끝부분이다.
'생활과 손잡으려 천천히 자성대 북문 층계를 내려오는 동안, 자꾸 내 안뜰이 돌아 보인다. 이 공원이 치욕스런 역사의 현장임에도 기념물로 지정, 보호된 까닭은 후대의 한 어리석은 이를 깨우치고 경책하기 위함인 것 같다.
엉겁결에 품격의 문학이라는 수필에 매달려 위태위태 그네를 뛰고 있는 나. 그러면서 집착해 온 허명과 허상. 결국은 여지껏 치부와 헛점 감추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만세덕 비나 왜성 같은 요소는 되도록 깊이 숨기고 거죽만 그럴듯 포장시켜 왔던 것은 아닌가. 누구나 진실을 귀히 여기고 가식과 허세를 혐오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더러는 써야하는 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용기가 부족한 내게 자성대는 매사에 좀더 솔직하라고 일러주기 위해 여기 서 있었던가보다.'
-수필 <자성대에 올라> -

자성대는 부산시내에 있는 근린공원 이름이다. 원 명칭은 부산진 지성으로 부산진 성이 어미라면 그에 딸린 지성이니 자식 격이 되므로 자성대라 불리워진다고 한다. 이름에 얽힌 비사는 그뿐만이 아니라 임란 당시에 명나라에게 파견된 원군이었던 한 장수의 이름을 따 만공대라 칭하기도 하였고, 소서행장이 조선 땅에 와 처음 접수한 성이라 하여 소서성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자성대 공원에 어느 봄날 그가 올라가 보니 지는 동백꽃 곁에 목련이 송이송이 피어나고 있다.선혈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동백은 임란 당시 장렬히 져버린 원혼들의 넋이 피워 올린 꽃만 같고 당당한 백목련은 백의의 의병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봄 공원에서 느낀 잠시의 사념이 역사적 사실과 궤를 함께 하며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든다. 또한 흘러간 과거로 기록되는 역사가 때로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고양하는 데 기여하는 바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그의 수필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그만이 지닌 미감과 정서 그리고 언어 선택의 정확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소재의 다양성을 꼽을 수 있겠다. 나아가 자유로운 상상력은 문학에 윤기를 더하는 윤활유 구실을 한다고 볼 때 그의 수필은 앞으로 얼마든지 더 뻗어 나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노랑,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인가. 이렇게 그대는 찬탄했지요. 불꽃 같은 열정을 캔버스에 사르고 간 서른 일곱 짧은 생애의 그대 빈센트 반 고흐. 그대 그리도 동경했고 사랑했던 남불의 아를르에서는 그대 기리는 축제가 요즘 한창이라는 소식이오. 그럴법도 한 일이오. 해바라기 꽃만이 아니라 추수기 가까운 밀밭은 밀밭대로 황금 물결이 술렁대던 참이었다오. 풍요로운 들판에 하늘은 코발트 블루로 청명하고 햇살은 눈부셨소. 

자연의 축복이 넘치는 남불은 역시 그대를 유혹할 만했소.'
ㅡ수필 <고흐의 해바라기>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문을 열어놓고 그 낯섬 가운데 서고자 한다. 그러한 여행을 글감으로 삼을 때 단순히 풍물이나 행적을 소개하는 것으로는 그 존재 의미가 희박하게 된다. 위의 글은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이나 형식은 서간체를 빌렸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을 지나며 그는 문득 고흐를 생각한다. 삶의 온갖 장애에도 불구하고 주체 못하게 치솟던 열정을 오로지 예술에만 쏟았던 고흐. 피 흘리며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삶이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운 고흐에게 편지를 쓰고 싶게 한 해바라기 밭과의 만남으로 그의 프랑스 여행은 더욱 찬연한 빛으로 남겨지게 된다. 그외에도 런던탑에서는 천 일간의 왕비 앤에게, 노트르담 사원에서는 콰지모도에게, 로댕 미술관에서는 까미유 끄로델에게 편지를 쓴다.

'곧 이어서 신발들은 하나씩 작별인사를 하고자 손을 내밀 것이다. 어느새 헤어져야 할 때가 가까이 다가왔다. 분명 내년이면 현관은 허술해질 것이다. 딸아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외지로의 진학이 실현된다면 딸 신발이 놓였던 자리가 비게 된다. 소지품을 간추려 훌쩍 타관으로 떠나면 딸아이 방은 말소리 되울리는 텅 빈 방이 될 것이다. 큰 아이도 결혼을 생각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불원간 이 울타리를 떠날 것이니 그 자리 역시 비게 된다.'
-수필 <출항 전> 중에서-

세월따라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은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존재로서의 체념의 한 모습이 쓸쓸하게 그려졌지만 그것은 어쩌면 긴 항로인 인생을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일종의 달관의 자세일 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절대고독을 동반자로 하는 외로운 존재, 그렇게 허허로움에 길들여지면서 나이 드는 것이니까. 그러나 혼자 남아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며 살기보다 할 일을 찾고자 책상머리로 다가앉으며 그도 이윽고 닻을 올리는 마지막 부분이 퍽 인상적이다.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사랑은 마침내 불길 식어 허무의 재만 남긴다. 반면 아쉬움으로 스러진 간절한 사랑은 불씨 품은 채 승화되어 기적을, 예술을 탄생시키는 무한대의 에너지로 환원된다. 꽃피고 씨앗 맺는 예사로이 흔한 사랑을 넘어 쉰들러로 하여금 보다 큰 사랑, 널리 나누는 사랑을 가능케 한 리자. 사랑의 힘은 그렇듯 고귀한 것이며 그 빛은 세상을 한결 아름답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 된다'.
-수필 <접혀진 페이지> 중에서-

위의 글은 영화를 소재로 한 수필이다. <쉰들러 리스트>를 감상한 소감에다 영화의 뒷배경을 우연히 전해듣게 된 뒤 쉰들러의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에 대하여 나름의 견해를 피력했다. 역시 사랑은 인간의 삶을 지탱케 해주는 위대한 힘이자 영원한 문학의 테마로 손색이 없음을 실감케 한다. 더불어 그가 한 편의 수필을 쓰기 위하여 기울이는 노력, 이를테면 그에 필요한 자료 및 정보수집을 꼼꼼히 하는 것도 수필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의 반영일 것이기에 언제봐도 믿음직스럽다.

3. 맺는 말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였다.
수필가 구OO은 1987년 봄, 서정주 선생이 창간한 월간 <문학정신>지의 제 1회 수필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좋은 수필을 발표하며 주목받아 온 역량있는 작가이다. 전업주부의 한계와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탈피하여 예술의 서울집중 현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중앙문단에 역작을 내놓는 그는 저력있는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초창기의 화려한 미문체와 관념적인 수필을 쓴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깊은 사유에서 건져 올린 생활의 실감이 담긴 글로 수필문단에 뚜렷한 위치를 확보한 그. 곧 출간되는 네번째 수필집 <물고기 종소리>에 대한 수필계의 관심도가 높다. 그는 분명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줄 믿는다. 십 여년 넘게 수필만을 고집하며 글을 써오는 동안 적절한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늘 팽팽히 유지시켜온 탄력 넘치는 생명력으로 그의 글은 늘 새롭다. 해서 기대가 된다.
정화된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관조의 문학이 수필이라 정의한다. 또한 수필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미학적 해석이며 접근이라고 이르기도 한다.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해 그는 오늘도 구도자의 자세로 각고면려를 계속할 것이다.

<수필과 비평 1999년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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