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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06/10/20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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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병률은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다.낯선곳으로의 도착은 우리를 100년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

그러니까 나의 사치는 어렵사리 모은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인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 과연 여행은 우리를 저 기억너머 잊혀졌던 시간속으로  순식간에 데려다 준다.

이번 순천 여행도 그랬다. 처음엔 지금 순천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정원 박람회'를 가기위해 담양에서 출발을 했는데

선암사 부근에 있는 오빠 친구네에서 하루를 묶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오빠 친구는 멀리서 친구동생이 온다고 집에서 기르는 장닭을 두마리나 잡아놓고( 사실 오빠 친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닭모가지를 비틀어 봤다고 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만나보니 오빠친구의 부인은 나의 간호대학 동기 여서, 반갑고도  편했다. 오빠 말에 의하면 내친구가 2년전에 췌장암에 걸려 시내에서 하던 사업을 다 접고 선암사 부근 조계산 자락으로 황토집을 짓고 이사왔다는데, 맑은 공기와 자연에서 나온 웰빙 식단 덕분이었는지 지금은 암이 감쪽 같이 다 나아 의사도 놀라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 의사가 한 진단은 3개월 시한부 생명이었다는데  정말  기적이 아닐수 없다.

 

또한 지금은   한 여름인지라, 한낮  서울이나 경기도 일대는 무척 더웠는데 이곳  선암사 부근 은 선선했다. 저녁이 되자 산에서 안개가 내려오는것인지  살짝 춥기까지 해서 긴 쟈켓을 입어야 했다. 어두워지는 산을 가까이서 보기에는 아주 오래전 콜로라도 록키마운틴 산행이후 처음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산들은 나름대로 고유의 등선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마다 고유의 등선이 있듯이.....

 

다음날 우린 낙안읍성엘 들려 인절미, 식혜도 사먹고, 그 읍성의 시원한 정자에 누워있다 순천으로 갔다. 이번여행길은  역시 미국에서온 고향언니와 함께 했는데 점심을 먹고 우리는 의기투합에서 예전 우리가 살던 동네를 한번 가보자고 했다. 그언니네와 우리집은 저전동 천주교회 앞에 있었는데 골목 맨 끝집 이었다.우리는 예전에 그 골목에 살던 친구들을 추억하며 여기는 누구집이었고 저기는 누가 살았노라며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내 친구 영희네 집은 골목 오른편 두번째 집이었는데 과일나무와 정원수가 많았고 마당 한가운데 우물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터에 집이 한채 더 들어서 있었고, 왼편에 있던 효심이네 집은 요양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예전엔 효심이네 무화과 나무 가지가 항상 그 옆집인  선실이네 집으로 넘어가 선실이 오빠가 그 무화과를 다 따먹곤 했는데,지금 그 나무는 없었다. 여름이면 효심이네 대문앞 그늘은 온동네 여자아이들의 공기놀이 터 였는데,지금은  커다란 나무대문들이  모두 철문으로 바뀌어  그늘 이라곤 없었다.

 

탱자나무 울타리 가  쳐져 있던 성당은 새로 증축을 했는데,몹시 높아 보였고, 늘 식복사 아줌마가 다림질 하는 것이 보였던 사제관은 성모 유치원 옆으로 위치가 바뀌어져 있었다. 언니와 오빠와 나는 이구 동성으로 매번 아 여기에 뭐가 있었었는데 하며 탄성을 질렀다. 또한 미국가서 본다며 아이패드로 골목길을 찍기도 하고 옛집을 찍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구동성 으로 하는말은 어렸을땐 그렇게 커보이던 것들이 지금은 왜 이렇게 작게 보이지....

그랬다. 동네 아이들이 매일 놀던 골목길은 그많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다 놀았지 의아 스러울 정도 였다.

 

저녁엔 순천에서 한정식을 제일 잘한다는 가정집 같은 대원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여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집의 음식맛은 그동안 우리가 그리워했던 순천의 음식맛 그 자체였다. 그 옛날 우리어머니가 해주시던 그맛, 정어리 속젓을 어린 열무잎에 밥을 넣고 싸먹는것도 맛있었고, 삼년된 굴젓에 밥을 비벼먹는것도 순천에서만 먹어볼수 있는 맛이었다. 반찬만 30가지가 나왔는데 배가 불러 나중엔 그 음식들을 다 먹지 못하는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옛집,골목길,성당,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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