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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지팡이
01/11/20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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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지팡이

이정아

단골 빵집에서였다.
“새 빵 나왔습니다” 하고 흰모자쓴 제빵사가 갓 구운 빵을 큰 쟁반에 들고 나왔다. 그걸보자 그만 빵 욕심에 급히 돌다가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웃지못할 사고가 났다. 넘어지면서 진열장 위의 빵을 손으로 다 쓸어 쏟고 빵집바닥에 널브러졌다. 아픈것보단 창피했다.

몸이 낙지 빨판 처럼 빵집 바닥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빵집 주인과 다른 손님이 겨우 일으켜 주었다. 망신스러운 터라 죄송하다 인사도 못하고 아픈줄도 모르고 급히 차를 운전하고 집에 왔는데, 집에 당도하니 온 몸이 욱신거리고 점점 다리는 부어오르고 멍든 곳은 검푸른 보랏빛으로 되어간다. 한국방문 날짜를 잡고 비행기표를 예매해 두었는데,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더니 꼭 그꼴이다. 하는 수 없이 지팡이를 짚고 한국엘 갔다.

수술후에 두 바퀴 달린 워커도 끌고 다녔던 터라 지팡이 짚는게 그리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친정 엄마가 더 예민하여서 그전에도 “젊은애가 지팡이가 뭐냐 쯧쯧” 하시곤 했다. “난 아파도 그냥 다닌다” 며 마치 지팡이 짚는 것이 나이든 노인 자존심의 보루인양 하셨다. 그랬던 어머니도 세월을 이길순 없는지 이번에 가니 지팡이를 짚고 교회에 가신다. 나는 남편과 동행하여 다니니 남편 팔장을 끼면 지팡이 없이도 다닐만했다. 며칠 뒤 엄마가 말씀하신다. “네 지팡이가 여간 이쁜게 아니다. 나 주고 가라” 장애인에게 지팡이를 달라니 조금 당황했다. 
“엄마 이건 요술지팡이가 아니예요” 속으로 말했다.

걸을 때에 도움을 얻기 위하여 짚는 막대기. 혼자 만의 힘으로는 걷기 힘든 장애인이나 환자가 주로 사용한다. 움직임을 편하게하는 중요한 보조기구가 아닌가? 멈칫하는 나를 보더니 남편이 “쓰세요, 우린 미국가서 다시 사면 됩니다” 이런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지팡이를 달라는 그 교양없음에 망설였던 거였다. 아무튼 핑크지팡이를 엄마께 강제로 양도하고 미국에 와서 다시 샀다. 미국에선 30불 정도인 것이 한국에선 10-15 만원씩 하니 비싸기도하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교회의 노인들 지팡이가 다 비슷비슷해서 잘 바뀐다는 것이다. 튀는색이면 안바뀔것 같아 분홍지팡이가 맘에 드셨다고한다.

건강용품점엘 가니 지팡이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어렵다. 엄마께 드리고 온 것도 벌써 구식인지 단색도 없다. 요즘은 꽃무늬가 트렌드인 모양. 너무 화려하여 참한것을 고르는데 시간이 걸렸다. 땡땡무늬 지팡이가 나의 새 지팡이가 되었다.

부축해줄 옆지기가 먼저 하늘로 이사한 엄마는 아버지대신 지팡이라도 있어야 안심되리라. 엄마의 결핍이 이제야 생각났다. 엄마께 드릴 꽃무늬 지팡이 하나 더 구입했다. 늦었을 망정 지팡이 호사라도 해드리고 싶기에.

#격월간 그린에세이 #2019 년 1,2월호


지팡이, 장애인, 보조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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