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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헬프 미!
04/25/2020 14:21
조회  751   |  추천   15   |  스크랩   0
IP 184.xx.xx.119

세상에 이런 이상한 날도 있다니!

며칠을 벼르고 벼르다가 모처럼 시간을 내어 가까운 그로서리에 나갔다.

이상하게 방콕을 하고 집에 있으니 

점점 더 어디든 가기가 싫어지는 마음이 된다.


처음부터 차라리 싫은 마음에 졌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걸 떨치고 나갔는데

이렇게 어려운 일들이 연달아서 생기다니!  오 헬프 미!


내가 만든 음식으로 친구를 기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오늘따라 왜 들어 왔을까?

하지만 집에 없는 몇가지 식품 재료들을 더 구입하고 

나름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동차에 다 싣고 집으로 갈 준비가 되었었다.


그런데 카트를 제 자리에 두고 자동차로 와보니 

아뿔사, 자동차 문이 잠겨있는 것이었다.

자동차 열쇠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는 전화도, 잡동사니 넣는 핸드백까지 

내 손에 한개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어디에다 놔 두었을까?

굳게 잠긴 자동차 안에 그것들이 몽땅 다 있었다! 오 헬프 미!


내 머리 속은 완전 하얗게, 아니면 먹같이 까맣게 되어버렸다.

글쎄, 이미 벌어진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할 수가 있을까?


우선 가게로 들어가 매니저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다.

전화를 빌려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유일하게 기억하는 번호는 남편 전화밖에 없었기 때문.


근데 안 받는다. 전화 좀 받으시오! 소리쳐도 

평소에 전화를 잘 받지 않는 남자이니까 희망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니

어찌 이리 갑갑할소냐! 오 헬프 미!

 

나중에 집에 와서 물으니 '아마도 스캠 전화일 것'이라는 

메세지가 붙은 전화였단다.

그러니 전화를 받을 리가 있나!

이일로 생각하니 앞으로는 그런 전화도 받아야 하겠다는 생각.


그런데 그 다음 차례인 그 많은 가족, 친구의 전화번호가 

전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다. 오 헬프 미!

모든 것이 다 전화기 속에 있고 내 머리 속은 텅텅 비어있는 것이다. 

이럴수가! 현대인의 비극의 시작은 전화기를 너무 의존하는데서 부터다.

전화기에게 모든 기억을 다 시킨 결과 내가 너무 편하게 길들여진 것이 문제로다.


할수 없이 리프트 택시를 불러 보려고 했지만 

전화기에 입력한대로 

그것도 내 전화로야 부를 수가 있으니 불가능!... 오 헬프 미!


그래서 매니저에게 사정 사정하여 집까지 라이드를 부탁했다.

택시 타는 비용을 줄테니 멀지 않으니 데려다가 달라고.

보통은 8불 정도 나오는 거리인데 10불을 주었다. 

근데 집 근처 네거리에서 내려 달라고 했다.


왜 집까지 안 데려다 달랬느냐고? 

바쁜 사람이 골목까지 들어 가려면 시간이 너무 걸릴까봐 

대로에서 내려 놓고 가라고 한 것이다.

괜찮겠느냐고 매니저가 묻고 또 물었지만 

너는 바쁜 사람 아니냐? 하고 빨리 가라고 했다.


오지랍도 너무 넓지! 

이왕 돈 주었는데 집 대문 앞까지 가 달라지! 

이 못말리는 지더린 마음. 

너무 착해빠진 마음이 항상 문제로다. 


거기서부터 10분은 걸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그정도는 걸을 수가 있으니 지금도 후회없다.ㅎ

남편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고 

거라지 속에 있는 다른 차를 시동을 걸었는데...

밧데리가 다 방전이 되어 있는게 아닌가! 오 헬프 미!


그래서 남편은 리프트를 부르라고 했다. 

그래서 불렀더니 이제는 올 시간이 넘어도 택시가 영 안 온다. 

두번이나 전화하고 기다리느라 시간만 갔다.

알고보니 집으로 오지 않고 그 자동차가 있는 그로서리로 가서 기다린 모양이다. 


오 헬프미! 아마도 자동차 속의 전화가 위치 추적되어 

절로 그쪽으로만 가게 되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 전화로 두번이나 메세지가 와 있었다. 

돈을 차지 할지는 알지 못하지만 참 내...

결국은 남편은 걸어서 그로서리까지 간다고 나갔다.


날쌘돌이 남편이 걸으면 1시간 20분 걸리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긴 하지만

엎친데 겹친다더니 

아침부터 이게 뭔 일이냐... 


혹시라도 더 큰 무슨 일이 또 일어날까봐 

남편은 조심조심 또 차조심하며 대로를 건너서 

드디어 자동차를 만나서 모시고 왔다는 것이다.


장장 5시간! 1시간이면 될 일을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맘 졸이고 절절매고 헛 돈쓰고...

나는 당뇨도 들락날락 하는 사람인데...

어제밤도 갑자기 당이 66까지 떨어져서 혼이 났던 사람인데 

그래도 그 와중에 그런 일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하루 절반을 넋이 나갔다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래도 감사할 일을 찾아 

감사하기로 해야하지 않을까?

여기저기 요즈음 우환폐렴으로 죽는 사람, 

교통사고, 암 등 죽는 이야기가 간간 들리는데 

목숨보전 하고 집에 돌아왔으니, 이 정도야 뭐. 

...................................................................

위의 일은 내 친구 중 제일 착한 K가 오늘 겪은 일이다.

내가 "나에게 전화를 하지~~~ AAA카드도 있는데..." 했더니

근데 내 전화번호가 머리 속에 없더란다.


그러니 어찌 도울 수가 있나! 

우리 집에서 40분 이상은 북쪽에 살고 있으니

워낙 우리에게 평소의 자잘구레한 도움 요청은 아예 안하지만

부르면 달려가 도울 수가 있었을텐데 하고 이야기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나도 오 헬프 미!다. ㅎㅎㅎ


그런데 착해빠져도 내 친구는 너무 착하다.

매니저를 바쁜 사람이라고 대로까지만 태워 달라는 대목 말이다.

돈 다 주고 무어 그럴 일이 있는가? 


나도 어릴 때는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이제 늙고 얍삽해져서 그런 바보 짓 안하는지는 오래다. 

내 친구는 아직도 그런 마음 간직하고 사는 

착하고 지더린 좋은 사람이다.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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