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zyong
큰바위 소(benzyong)
기타 블로거

Blog Open 04.02.2019

전체     3439
오늘방문     3
오늘댓글     0
오늘 스크랩     0
친구     8 명
  최근 방문 블로거 더보기
  달력
 
비밀의 화원
03/18/2020 18:59
조회  23   |  추천   0   |  스크랩   0
IP 108.xx.xx.156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말에 골프도 못치고, 가까운 공원에 나가기도 그래서 집 안에서 책이나 보다가, 기껏 뒷마당에 나가 작은 마당을 돌보게 된다.


도시에서 태어나 농사는 해본 적이 없다. 군대에서 모내기 지원 나가서 그날 배워 모를 심어본 적이 있지만, 처음엔 둥둥떠서 곤욕을 치루었다. 나이가 들면서 뒷마당에 어김없이 초봄에 올라오는 새 순들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다. 요즘 보니, 아내가 유난히 꽃이나 식물을 좋아해서, 홈디포라도 가면 영락없이 아내는 식물관으로 가서 화분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덧 나도 그녀가 들고오는 화분들을 뒷 마당에 옮겨심고, 분갈이도 하면서, 조금씩 화초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화단 맨 뒤에 심었던 씨앗들이 칸나로 성큼 자라고, 데크 옆으로는 엘리펀트 이어라고 하는 그야말로 큰 코끼리 귀처럼 커다란 식물이 넓적 넙적 자라나는게 마냥 신기하고 신비롭다. 


그 다음부터는 어느새 아내가 소리도 없이 이런 지식이 있었나 싶어, 하자는 대로 내비두고, 시키는 일은 두 말 없이 하고 있다.  작년엔 감자도 심어서 서 너 배 넘게 캐보기도 하고, 그 늦 가을엔 아내가 심자고 탁자에 꺼내놓은 알 굵은 마늘을 보다가, 아내가 성당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혼자 유투브를 보면서, 밤에 나가 한 열군데 심었는데, 엊그제 3월이 되는 일요일 아침에 보니, 푸른 새 싹인지 새 줄기가 십센치 씩 올라오고 있었다. 올해부터는 고추도, 오이도 심어보리라. 물론 나보다 훨씬 고수인 아내의 결정에 따르리라. 작년 겨울초입에, 아내의 시간표에 의해, 엘레펀트이어와 칸나를 전부 캐내어 종이에 싸서 지하실에 보관했었다.  겨울을 나고, 저번 주말에, 다시 아내가 지정해 준 자리에 칸나와 엘리펀트를 심고, 그 올라올 모습을 상상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한무더기 갈대도 옮겨심었다. 그 날 오후부터 좀 춥나 했더니, 밤부터 봄 비가 제법 소리 내며 밤새 내린다. 오늘 새로 심은 우리 가족같은 식물들이 흙이 자리를 잡고 물기를 받아 아주 잘 자랄 것이다. 화단 오른쪽에 마구 자란 깻잎은 혼자서 또 우거질 것이다.  


이제보니 집을 살 때부터 전 주인이 해 놓은 화단 경계석이 싸구려 모래벽돌과 일부 색바랜 빨간벽돌인데, 아내와 상의해서 이번 봄에는 둥근 화단경계석으로 전부 갈아주려 한다.  그러면 웬지 '방치'에서 관리된 화단으로 보일 것 같다.  스스로 자라나고 살아가는 식물들의 노력에 우리가 그나마 화답하는 자그마한 선물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별로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도 알아서 잘 자란다.  이렇게 자라고 살아가는 것이 생명이고, 신비로운 자연 아닌가. 우리 인간도 그렇게 무탈하고 도모함 없이 무위자연으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3. 18. 20  C-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미국에서  


  


   

화단, 칸나, 도시, 아내, 비밀의 화원
이 블로그의 인기글
1 ㆍ 2 ㆍ 3 ㆍ 4 ㆍ 5

비밀의 화원